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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은 애플 생태계가 너무나 부럽다 (부제: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는 이유) ft. 에어팟 프로, 갤럭시 버즈 라이브, 갤럭시 언팩 20
    (개미)투자일기 2020. 8. 6. 23:58

     

    손발이 오그라든다.

     

    어제 밤에 삼성 갤럭시 언팩 2020을 보면서 든 생각들을 써보려 한다. 깊게 분석을 하거나 고민한 내용은 아니고 그냥 떠오른 생각들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삼성전자 주식이 한창 주목을 받을 때도 쳐다보지 않은 이유를 일부 포괄할 수도 있겠다.

     

    근데 제품이나 서비스를 얘기하기 전에 행사 연출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애플이랑 너무 비교가 됐다. 뭐 시가총액 20조 달러를 향해 가는 세계 1위 기업과 비교를 하면 삼성한텐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실망스러웠다.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은 느낌. 애플은 WWDC의 연출 자체로 칭찬을 들었는데 삼성은 더 나중에 했으면서 이 정도라니. 삼성멤버스들한테 흔들라고 형광봉이랑 이모지 정도 뿌리는 수준.

     

    솔직히 이런 창의성부문에서 차이가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감성?) 그리고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기업들이 대체로 이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부족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더라도 실제 실현하는 데 한계가 커서 개인적으로 한국기업 주식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한국에서 '감성'에 우위가 있는 기업이라면 우아한형제들 정도 밖에 안 떠오른다.

     

    어쨌든.

     

    언팩행사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생태계를 너무나 따라잡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든 구글이든 화웨이든 원플러스든 모두가 나아가려는 방향이긴 하다.

     

    그런데 앱등이 소리를 듣는 사람으로서 애플은 우수한 하드웨어만으로 생태계를 꾸린 게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너무나도 매끄러운 조화로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옛날옛적 스티브 잡스가 그토록 집착한 관념을 여태 붙들고 있어서 욕을 먹을지언정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은 발표에서 이코시스템만 계속 말할 뿐 여전히 하드웨어에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새로 나오는 갤럭시노트 화면이 6.7인치, 6.9인치라고 아무리 떠들어봤자 소비자들한텐 아무 의미가 없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 애플이 이젠 새 제품들을 그냥 슬쩍 출시하는 게 아닐까.

     

    각 제품들이 하드웨어적으로 얼마나 우수한지 말하면서 이코시스템 이코시스템 말한다고 생태계가 형성되진 않는다. 제품들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실 삼성도 모르진 않는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보장하는 기간을 3년으로 늘린 배경도 여기에 있을 테다. 지금 삼성이 밀고 나가는 방식이 최선인 셈이다. 자체 운영체제를 보편화하는 데 실패했으니. 구글의 소프트웨어 위에서 활동을 해야 하니까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애플과 완전히 반대 노선을 선택했다는 점도 엿보였다. 파트너십 파트너십. 구글은 당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넷플릭스 등 여러 기업들과 손을 잡는 전략은 애플한테선 보기 힘들다.

     

    삼성전자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시너지를 내고 싶어하는 듯했다. 오피스와 엑스박스 등 모든 면에서. 그럴 만하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가 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B2C 하드웨어시장에서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뭐 그건 그렇고.

     

     

    사실 삼성 갤럭시 언팩행사를 빌미로 에어팟 프로 사용기나 쓰고 싶었다. 그러나 갤럭시 버즈 라이브 얘기부터.

     

    언팩행사에서 갤럭시 버즈 라이브를 본 뒤에 두 번 찾아보고 세 번 확인했다. 진짜 내가 본 게 맞나 싶었다.

     

    액티브 노이즈캔슬링을 탑재했는데 오픈형이라고?

     

     

    나는 애플 이어팟을 정말 좋아한다. 예전 납작한 걸 쓸 때부터 비슷한 가격대 이어폰 가운데 가장 소리가 좋다고 생각해서 만족하면서 썼다.

     

    애플은 2012년에 아이폰5를 출시했을 때 역시나 '혁신'이 없다고 대차게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당시 애플이 아이폰5와 함께 내놓은 에어팟이 혁신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편하고 소리도 개선했기에 커널형을 싫어하는 나한텐 완벽했다.

     

    그리고 나는 2018년에 에어팟을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홍보대사가 됐다. 줄이 없는 게 이렇게나 편할줄 몰랐다. (아직도 안 써본 사람들은 귀에서 빠지지 않을까,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유선보다 안 빠진다. 유선이 오히려 선 무게와 마이크 무게 때문에 더 잘 빠진다. 유선 이어팟을 사용하면 마이크가 달린 오른쪽 이어팟이 더 잘 빠진다는 점이 증명해준다.)

     

    사실 이건 다 곁다리 얘기고 2020년 7월1일에 에어팟 프로를 새로 샀다. 에어팟 프로를 처음 껴봤을 때 정말 놀랐다. 이전에 커널형, 그리고 노이즈캔슬링은 너무나 이질감이 컸는데 애플은 그런 불편함을 상당히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존 오픈형 에어팟이 더 편하고 소리도 더 좋은 것 같았다. 그래도 노이즈캔슬링은 탐났다. 그래서 생각했다. 오픈형 에어팟에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추가해주면 좋겠다고. 그리고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켠 채로 기기를 귀에서 살짝 빼봤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는 오픈형 이어폰을 찾아보기 힘든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커널형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은? 삼성이 무슨 '장난'을 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갤럭시 버즈 라이브에서 노이즈캔슬링을 빼고 가격을 낮추는 게 낮지 않았을까. 그러면 '프리미엄'을 내세울 수 없으니 굳이 넣은 걸까. 기존 갤럭시 버즈들이 다 커널형이어서 이번엔 꼭 오픈형으로 내야겠는데 노이즈캔슬링도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또 커널형으로 만들면 강낭콩 디자인을 실현하기 힘들었나. 

     

    어쨌든 삼성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부문에서 애플의 섬세함을 따라가려면 아직 먼 듯하다. 요즘 유행하는 '초격차'를 만들어내려면 삼성은 고민을 많이 더 해야 할 것 같다. 삼성이 하드웨어로 컸듯 하드웨어로 벌려놓은 격차는 다른 기업들이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추가) 책 <스티브 잡스> 일부

     

    추가) 애플이 스티브 잡스 없이도 여전히 그 '감성'이라는 무언가를 잘 포장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는 영상 하나를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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